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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주간 이야기/올해의 활동들

“알고보면 우리 모두가 다 같은 지구인입니다” - 지구인뮤직밴드 (Earthian Music Band) 마붑 알엄 대표 인터뷰

알고보면 우리 모두가 같은 지구인입니다” - 지구인뮤직밴드 (Earthian Music Band) 마붑 알엄 대표 인터뷰


- 난민주간 시민기자단 이유민, 정빛나



AMC Factory 프리포트. 
사진은 민중언론 참세상 출처.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jinbo_media_07&nid=66653)


Prologue


지난 15, 광화문 광장에서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난민주간 행사가 진행되었다. 저녁 즈음에 마지막을 장식할 밴드가 등장했다. 멤버 수가 명이 넘어가는데 왠지 다들 각기각색, 개성이 넘친다. 백인도 있고 흑인도 있고 아시안도 있고. 근데 왠지 되게 멋있다. 연주를 끝마치자마자 밴드는 대박이다 생각이 들었는데 세상에, 생긴지 밖에 밴드란다. 게다가 소개하는 사람을 보니 얼굴은 외국인인데, 한국어는 거의 우리들만큼이나 유창하다.

게다가 이름은 멋있다. 지구인뮤직밴드란다. 이름 그대로 지구를 축소시켜 놓은듯 다들 모습이 제각각이다. 난민주간에 등장한 멋진 밴드를 취재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모두와 함께하지는 못했다. 대신, 밴드를 기획한 방글라데시계 한국인인 마붑 알엄씨를 시민기자단 사람이 취재했다.


Chapter 1: Intro

우선 마붑 알엄씨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귀화 한국인이다. 8편의 영화에 참여한 연출자 그리고 연기자이며, 현재 이주민문화예술센터(Asian Media Culture Factory; 약칭 AMC Factory)의 대표이기도 하다. 마붑씨는 AMC Factory의 사무소와 함께 프리포트(Freeport)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 곳에서 지구인뮤직밴드가 연습을 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이국적인 악세서리나 물품을 팔기도 하고, 사람들이 쉬어가며 커피나 음료를 마시고 소통하기도 한다.



지구인뮤직밴드의 단체사진. 

출처 Earthian Music Band 지구인뮤직밴드 페이스북 페이지


마붑씨의 말에 따르면, 지구인뮤직밴드는 말 그대로 “지구인들이 모인 음악 밴드”이다. 타악기를 연주하는 아쇼토쉬(Ashotosh), 하프를 연주하는 미반위(Myvanwy), 캐나다에서 온 피리 연주자 캐시(Cassie), 아일랜드 출신 이탈리아인이자 휘슬을 연주하는 셰나(Shauna),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온 기타 연주가 로미(Romy), 역시 코트디부아르에서 온 젬베 연주자 및 보컬 블레이즈 (Blaise), 인도네시아에서 온 안무가 아스리 (Asri), 해금과 장구를 연주하며 노래도 하는 이성순씨, 더블베이스 담당 성은석씨, 기타 담당 정재영씨, 인도 출신의 보컬 누푸르(Nupur)씨, 그리고 다른 보컬 푸르니마 (Purnima)씨가 멤버로, 정말 다양한 지구인들이 모여있다.


이러한 지구인뮤직밴드는 어떻게 생겨난걸까. 마붑씨는 2006년, 이탈리아에서 결성한 다양한 문화를 배경으로 한 사람들이 모인 오케스트라에 관한 영화(L'Orchestra Di Piazza Vittorio; 한국제목: 빅토리아 광장의 오케스트라)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밴드가 서울에서도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구인뮤직밴드의 구성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각 멤버들은 주로 마붑씨와 행사 기획 등을 통한 안면이 있거나,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큰 집단이 되었다.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에 머무르는 이들이었는데 한국에서 학원 강사를 하느라, 음악을 하느라, 배우자를 따라서, 난민신청을 하느라 등의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도착한 이들이었다. 이들은 때때로 각자의 문화적 배경을 소개하고자 작은 파티를 열어 즐겼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여러 악기로 합주를 하는 모습을 보고 마붑씨는 이 밴드를 기획하기로 했다고 한다.



Chapter 2: 난민주간과 지구인뮤직밴드


지구인뮤직밴드에는 실제 난민 출신 멤버도 있고, 또 다양한 이주민들로 구성되어있는 밴드이니만큼 다른 구성원들도 난민주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지구인뮤직밴드의 첫 야외 공연이니만큼 의미있는 자리에서 하고 싶었고, 이에 지구인뮤직밴드는 난민주간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마붑씨는 조심스럽게 난민주간 참여를 통해 만들고자 했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생각보다 한국인들은 난민이나 이주민, 다문화 등에 대해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것 같다. 한국의 지난 역사를 보면 외국으로 망명을 가거나 난민이 되어야 했던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고, 외국에 건너가 이주노동자로 살았던 사람들도 분명히 있는데, 지금 한국인들을 보면 생각보다 국내의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와 생각이 부족하다고 본다. 우리가 시민들과 음악으로 소통함으로서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면 좋겠다. 우리는 “외국인” 혹은 “이주민”뮤직밴드가 아니라 다 똑같은 “지구인”뮤직밴드니까.”


- 마붑 알엄    



음악은 사람들에게 문화를 쉽게 전달 할 수 있는 요소이고, “다문화” 혹은 “이주민”라는 정체성보다는 우리 모두가 “지구인”이라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마붑씨는 덧붙였다.


마붑씨가 보기에 난민은 음악같은 존재라고 덧붙였다. 음악적으로 재능이 있는 난민들이 제법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음악은 다양한 삶을 표현하는 매체이기도 때문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하나하나의 음악 속에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을수 있다.



Chapter 3: 지구인뮤직밴드, 어디로 갈 것인가



여러 배경을 가진 이들이 모인 지구인뮤직밴드. 연습 중에는 주로 한국어와 영어를 사용하고 불어와 방글라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의사소통은 중요한 일이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언어가 굳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서로 공감하고, 음악으로 소통할수 있기 때문이다. 잘 알지 못하는 노래의 의미를 알면 그 노래가 더 특별해지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음악 그 자체가 줄 수 있는 숨은 메세지와, 여러가지 공감의 깊이가 더욱 중요하다고 마붑씨는 보고 있다. 결국 사람은 다문화일뿐만 아니라 각 개인이 본인 고유의 문화를 가지고 음악을 이해하는 거니까.


지구인뮤직밴드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더욱 희소성을 얻는다. 유럽 내에는 이미 여러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형성한 밴드가 이미 많이 있지만 정작 아시아에는 이런 밴드가 드물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 수도 많고, 각자 하는 일도 다양한 탓에 연습시간을 맞추는 일이나, 재정적인 부분 등 밴드의 운영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지구인뮤직밴드는 항상 함께 “섞이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 그게 우선적으로 한국에서 이루어지도록, 그리고 아시아 대륙과 세계무대에서도.


이주민, 난민, 다문화라는 것을 떠나서 우리 모두는 지구 어디엔가 있는 “지구인,”

즉 다 같은 사람이다.

- 마붑 알엄



지구인뮤직밴드는 우선, 국내에서 다양한 공연을 하고자 한다. 전주세계소리축제, French Festival, 그리고 10월에 열리게 될 이주민예술제 등에서 메인 밴드로 설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해외 진출(러시아, 일본 등)에 대한 계획도 구상중에 있다고 한다. 그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음악적인 소통을 지속한다면 언젠가는 모두가 지구인으로 하나 될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 지구인뮤직밴드가 갈 길은 멀다. “다문화”라는 단어가 없어질 때까지, 그리고 이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모두가 섞여서 잘 섞여서 살 수 있는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마붑씨에게는 꿈이 있다. 편견이나 분류 없이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오래하고 싶고 문화적인 바이러스가 되고자 한다고 그는 전했다. 이주민들이, 난민들이, 그리고 외국에 거주하는 여러 국제 시민들이 그 나라의 사회에서 소외 당하지 않고 주체성을 갖는 날을 마붑씨는 기대하고 있다. 예술을 통해서. 다같이 함께 동참함으로서.



Epilogue


난민주간에 우리와 함께했던 지구인뮤직밴드의 공연을 다시 떠올려본다. 여러 언어로 부르는 노래지만 그 음악 하나하나가 광화문 광장에 100명이 넘는 인원을 집중 시키게 하였다. 정확한 의미는 잘 몰라도 음악에는 역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관중과 연주자가 하나가 되고 다른 문화, 언어를 갖은 지구인들이 한 곳에 모여 아름다운 화음(Harmony)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문화는 달라도 함께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결국에는 우리가 다 같은 지구인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붑씨의 꿈과 같이 한반도에서 다른 문화라는 이유로 생기는 편견이 없어지고, 우리 모두 같은 하늘 아래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필요하고 사랑해야할 지구인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6월 15일 난민주간서 지구인뮤직밴드 광화문 거리공연. 시민기자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