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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주간 이야기/올해의 활동들

[난민주간 광화문 행사] 이 공 너머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이 공 너머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난민주간 시민기자단  김하은

 


 




     

  빨강노랑분홍주황초록파랑보라 등 다양한 색의 거대한 공들이 광화문 광장에 등장했을 때 내 머릿 속은 온통 저걸 어떻게 끌고 다니지?” 하는 생각 뿐이었다완벽히 준비되지 않았던 터라 걱정이 앞섰던 것 같다그런데다 대본이 입에 붙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지만점점 사람들이 다가 오고라퍼커션의 입이 딱 벌어지는 오프닝 공연을 즐기면서 시민 한 분 한 분과 소통하는 도슨의 일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졌다.







    

  원래 시나리오는 대화보다는 설명 위주였기에 어떤 분이 오든지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하면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예상은 처음부터 빗나갔다나의 첫 손님은 외국인이었던 것이다당황스러웠지만 그 순간 왠지 모르게 내가 아마추어처럼 보이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난민주간 행사에서 제일 처음 만나는 사람이 우리 점들의 이야기의 도슨들일텐데첫인상을 말아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가 맡은 이라크 출신의 쿠르드 난민 분의 이야기를 기억나는 대로 다 펼쳐 놓았다두서 없는 설명이었지만 나의 친절한 첫 손님은 나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오히려 나를 편하게 해주었다오히려 그덕에 다음 손님들에게도 일방적으로 설명해드리기보다는 함께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맡은 공은 빨간색이었는데나는 꼬마아이들이 빨간색을 그렇게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알았다빨간 공은 어린이 손님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나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을 해주고 싶어서 앞에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얘들아이 공 예쁘지근데 말이야이 빨간색 공 하나만 예쁘니 아니면 다 예쁘니색깔이 달라도 공들이 다 예쁜 것처럼사람들도 피부색이나 쓰는 말이나 자라온 곳이 달라도 다 예쁘고 소중한 존재들이야. “ 






 


 

    "한국말을 아주 잘하시네" 하는 농담을 던지고 가셨던 아저씨진지하게 설명을 들으며 한국에 쿠르드 난민이 몇 명이나 있느냐고 질문을 했던 언니초등학생 딸아이 옆에 계시다가 내가 들려드리는 이야기에 오히려 더 몰입해서 들으시던 아주머니 등등많은 분들이 난민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잠시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주셨던 것이 내 마음에 작지만 큰 감동을 주었다








  

   열번 넘게 같은 이야기를 들려드리는데도 지루하지 않았던 건이야기를 듣는 시민분들이 제각각의 반응을 보이셨던 덕분이기도 하지만이름 모를 그 난민분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하다보니까 그분이 겪어야 했던 일들을 마치 내가 지나온 듯한 생각이 들었다다른 나라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면서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 배움을 나누고 힘든 사람들을 돕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게 얼마나 가슴뛰는 일인지 알기에대학원에서 국제 정치를 공부하면서 이라크에 돌아가 자신과 같은 쿠르드 난민을 인도적으로 지원하는 단체를 만들고 평화를 되찾고 싶다던 그분의 꿈이 내게도 참 간절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