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주간 광화문 행사] ‘점들의 이야기 축제’: 2013 난민 주간 기념 광화문 행사, 그 축제의 열기 속으로
‘점들의 이야기 축제’: 2013 난민 주간 기념 광화문 행사, 그 축제의 열기 속으로
난민주간 시민기자단 오경진
광화문은 한국인들에게 뜻깊은 의미를 지닌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 행사가 있었다. 바로 2013년 난민주간을 기념한 축제, ‘점들의 이야기 축제’ 가 광화문 광장에서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서울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개최되었다.
난민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2013년 2월 말 기준으로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총 5,229명이다. 그러나 현재 이 중에서 단 326명만이 난민 인정을 받은 상태이다. 난민인정을 아직 받지 못한 사람들은 불안정한 지위와 생계의 위협 속에서 나오는 불안과 고독감으로 하루하루 고된 삶을 살고 있다. 또한, 난민 지위를 한국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사람들조차도 그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사회적 차별과 냉대 속에서 어렵게 살고 있다.
난민주간은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난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그들의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호주, 영국, 캐나다 등 많은 국가에서 난민주간을 기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난민주간을 기념한다. 2013년 6월 15일부터 21일까지 다양한 행사들이 개최된다. 한국 내 난민을 보호하기 위한 연대 조직인 ‘난민지원네트워크’의 주관 하에 난민인권센터(NANCEN)를 포함한 총 13개의 단체가 난민 주간 행사에 참가하였다.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점들의 이야기 축제’는 6월 15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으며, 플래시몹, 밴드공연, 댄스, 공예품 및 사진 전시, 각 국가의 전통놀이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가장 인상깊은 공연은 예술 단체 ‘무브먼트 당당’과 난민지원 시민단체 활동가 및 자원봉사자,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플래시몹이었다. 움직임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연언어를 만드는 단체인 ‘무브먼트 당당’은 각 동작 하나하나에 난민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였다고 한다."소외"를 주제로 한 무브먼트 당당의 1막 안무 후 이루어진 2막 "환영의 박수"와, 경쾌한 음악과 함께 이루어진 "대동놀이" 댄스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는 광화문 광장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웠다.
무브먼트 당당'의 댄스 공연
환영의 박수 공연
한편에서는 난민들에 대한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현재 160만 명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을 포함하여, 죽음과 삶의 날카로운 경계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세계 각지 난민들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그 옆에는 인도 출신 난민들이 인도 전통차인 짜이와 전통과자를 팔고 있었다. 시민들은 인도 짜이를 마시며 30도를 웃도는 열기도 식히고, 인도의 다과 문화에 대해서도 익힐 수 있었다. 짜이를 파는 인도 출신 난민은 짜이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에게 인도의 음식문화와 짜이에 대하여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시리아 난민 사진 전시
한 부스에서는 난민들을 주제로 그림 그리기에 참여한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될 즈음엔, 한국에 거주하는 난민들의 현실이 훨씬 나아지기를 기대해본다.
'함께 칠하는 그림' 을 그리고 있는 어린이들
함께 칠하는 그림 완성본
이 밖에도 참여 단체가 설치한 여러 부스들의 다양한 전시물을 보며 난민에 대하여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여기에는 2013년 7월에 시행되는 난민법에 대한 시민들의 오해를 풀기 위해 마련된 게시판도 있었고, 한국에 거주하는 다양한 나라 출신의 난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소개하는 게시판도 있었다. 이러한 게시판들을 통하여 시민들이 난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터득하고, 이를 기회로 그들에 대한 편견도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강렬한 해가 조금씩 기울어 갈 때쯤인 오후 5시 이후부터는 밴드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난민 문제에 공감하는 밴드인 ‘라퍼커션’, ‘칸 패밀리’, ‘지구인뮤직밴드’ 가 신나는 공연을 펼쳤다.
난민에 대한 이야기 게시판
오늘 행사를 찾은 시민 세 명을 만나보았다. 윤동일(27)씨는 UNHCR에서의 경험을 계기로 난민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앞으로도 난민지원 관련 단체의 활동가로 일하고 싶어 관련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다. 그는 작년 여수엑스포에서 UNHCR 부스를 설치하고 사람들에게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홍보 활동을 하였을 때, 사람들이 난민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윤씨는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난민들이 부딪히는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들에 대한 그릇된 사회적 인식과 차별대우라고 대답하였다. “아무리 국가적으로 난민들을 지원하는 법과 제도가 마련된다 하더라도, 사회가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난민들은 지금처럼 힘든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게 제도적으로 취업할 권리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난민에 대한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정당하게 일자리를 얻을 수 없으며, 설사 취업을 한다 해도 고용주 및 동료들의 여러 차별과 불이익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난민들이 받고 있는 부당한 처우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그에게서 미래의 난민 인권 활동가의 뜨거운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시민 기자가 만나본 시민들은 김나연(중2), 김수민(중1), 김영성(초6)이었다. 인권 단체 ‘휴먼 아시아’의 자원 봉사단으로 플래시몹에 참여하기 위하여 행사를 찾은 이들은 “평소에 난민에 대해 잘 몰랐지만, 오늘 행사에서 다양한 전시물들을 접하며 난민에 대한 지식을 늘릴 수 있었다. 난민 문제들을 딱딱한 설명 대신 오늘의 재미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할 수 있어 좋다” 고 말하며 해맑은 웃음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만나본 친구들은 대원외국어고등학교 봉사동아리 ‘Shelter’ 에서 플래시몹 참여를 위하여 단체로 온 학생들이었다. ‘난민’ 이라는 단어를 듣고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승균(고1)군은 ‘난민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므로 도와주어야 한다’고 대답하였다.
오늘의 광화문 행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아직 난민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하여 갈 길은 멀다. 최근 한국 정부도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난민들의 열악한 현실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만들고 있다. 새로운 ‘난민법’ 이 2012년 2월 10일 법률로 제정되었고, 2013년 7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또한, 법무부는 이 난민법 관련 사업을 위해 약 20억원 상당의 신규 예산을 편성하였다. 그러나 난민들의 처우가 이러한 법과 제도를 통하여 실질적으로 개선되려면,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오늘 행사로 인하여 시민들이 난민 문제에 대하여 더욱 큰 관심을 갖게 되길 기원한다. ‘난민인권센터’ 의 김영아 활동가는 "광장에 놓여 있는 여러 빛깔의 공 하나하나는 난민 개개인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이번 난민 주간 행사를 계기로 우리가 난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 소통하고, 서로 이해하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