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주간 광화문 행사]광화문 광장에 모인 점들.
광화문 광장에 모인 점들.
난민주간 시민기자단 정빛나
2013년 6월 15일 토요일.
나에게 특별한 날이었고 난민들에게도 특별한 날이었다.
아침부터 몇 천 대의 차들이 지나가는 도심 속 광화문 광장에서 여러 단체의 봉사자들이 나와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덥고 공기도 안 좋고 하루 종일 일할 것이라서 약간의 겁은 먹었지만, 나는 오늘 몇 시간 고생하고 돌아가 쉴 집이 있기에, 난민들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면서 힘을 내며 준비하였다.
오후 1시가 되자, 라퍼커션의 공연을 시작으로 행사의 막이 올랐다.
레게 머리, 폭탄 머리, 노랑 주황 머리들... 그리고 모두 하얀색의 각자 튀는 패션으로 북을 하나씩 들고 둥둥둥~ 쳤다. 아무런 음도 없이 장단만 있는 연주지만 나는 내 몸을 가만히 두면서 공연을 볼 수가 없었다. 한명 한명의 공연자들은, 이 세상에 북을 치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는 듯한 표정으로 듣는 이마저도 너무 행복하게 만들었다.
라퍼커션의 공연에 이어 거리 시민들의 시선은 공들의 굴림으로 집중되었다. 우리와 난민들은 공이 되어 북 장단에 맞추어 하나가 되었다. 나는 도슨부스에서 "점들의 이야기" 프로그램 안내 역할을 맡았다. 내가 하는 일은 거리의 시민들을 행사에 모으고 그들이 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시민과 도슨을 연결시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형형색색의 공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였고 부모님들은 아이들 교육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 주셨다. 시험기간이고 하여 젊은이들은 보기 드물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관심을 보여주어서 행복했다.
부스를 쭉 둘러보니 다채로운 활동들이 마련되서 있어서 어린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것 같았다. 아직 어린 친구들이지만, 그 친구들이 지구 한 편에는 자신과 같은 어린이들이 불안에 떨며 살고 있고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위가 심해지고 점점 지쳐 갈 때쯤,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공연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에게 감동을 준 무브먼트 당당의 안무(플래시몹 1막)과 모두가 함께 한 플래시몹 2, 3막이었다.
뜨거운 돌 바닥 위에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소외된 자들의 몸부림을 절실하게 표현하는 움직임.. 배가 고파서 배를 움켜쥐고... 절망하여 땅을 보다가 하늘을 보면서 희망을 갖여보려하지만 손에 묶인 보이지 않는 족쇄에 힘들어하는 말 없는 움직임들...삼분의 짦은 공연이었지만, 무브먼트 당당이 대신하여 표현한 소외된 자들의 절실한 마음이 전달되었다. 이어서 많은 청소년들과 함께 한 플래시몹이 진행되었다. 우리는 박수로 소외된 자들을 맞이하며 그들과 같이 하나가 되어 춤을 추었다. 음악이 밝아지는 것처럼 함께 하는 우리도 밝고 아름다웠다.
두번째 플래시몹 공연 이후, 칸 패밀리가 등장하였다. 검은 옷을 입고 머리부터 자유 영혼이라는 느낌 팍!팍! 북과 함께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은 네 분들이 광화문 광장 속 시민의 엉덩이를 실룩실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로 ‘지구인뮤직밴드’가 나왔다. 지구인뮤직밴드는 15명의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각 대륙에서 온 사람들이 한국에서 만나 그들의 전통 악기를 가지고 각 나라의 언어를 조합하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드는 밴드이다. 공연 당시는 10명의 맴버가 참여하였고 젬바, 장구, 기타, 하프 등의 악기가 모였다. 방글라데시 민요와 한국의 아리랑을 조합한 노래를 들었을 땐 그 음악이 주는 감동에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지구인뮤직밴드의 마지막 앙코르 공연으로 난민주간 광화문 광장 행사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4개의 단체와 한국의 난민 그리고 세계의 난민 모두가 우리는 같은 '점'들이고 하나가 되어 춤을 추자는 마음으로 함께한 6월 15일. 이 초여름 날씨에, 그 어느 것도 나의 가슴 속 심장을 이보다 더 크게 뛰게 할 순 없었다.
이번 행사 참여로 많은 것을 느꼈다. 난민들은 우리 곁에 있고 우리이다. 배운 사람이 타지에서 어렵게 생활을 할 수도 있고 전쟁으로 가족과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야 할 수도 있고 하룻밤의 날벼락처럼 누구나 교통사고를 당할 수 있듯이 나도 난민이 될 수 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너무 감사해진다. 난민들의 심정을 완전히 안다고 할 순 없지만, 그들이 힘들어도 강하게 한국에서 버텨내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진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과 나를 포함한 봉사단원들은 우리에게도 역경을 견뎌내면서 남들의 도움이 필요한 때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며 우리 역시 난민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모두 함께 따스한 마음으로 모여 그 짐을 나누어 덜었으면 하는 희망을 갖는다.